산사람들은 부지런하기도 하지.
부산스런 소리에 시계를 보니 2시 45분. 공룡 탈 사람들이란다.
잠이 깬 우리도 일어나 준비를 한다.
새벽 4시에
버너에 불을 붙인다.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간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아침 식사를 하고
4시 30분, 산사람들은 이미 많이 떠나고 없다.
우리는 오늘 봉정암으로 해서 가야동계곡, 수렴동계곡 , 백담사로 하산 예정이다.
"가야동계곡" 1984년 수렴동대피소에서 천왕문까지만 다녀온 적이 있고 , 갈 기회가 없었던 계곡. 그 땐 입산금지구역이었다.
이번에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출입금지 구역에 없다.
마음 편하게 가기로 했다.
밖에 나가 본 누군가가가 비가 온다고 한다.
아이고 , 계곡산행인데.. 기상청의 설악산 일기예보를 보니, 아침에 1~4mm , 오후 3시에 또 비
어제 출발 전에만 해도 비예보가 없었는데, 이리도 변화무쌍한가.
배낭바꾸면서 우의와 관련된 모두를 빼 두었는데... 이런 실수가 ㅠㅠ
일단 봉정암까지 가보자 !
나와 보니, 비는 올 것 같지 않다.
일단은 안심을 하고,
공룡능선이 모두 보인다. 화채봉 칠성봉까지 잘 보인다 천불동계곡은 아직 이불을 덮고있다..
5시 출발~~
소청으로 가는 길목에 꽃이 피어있다.
이렇게 안전한 중청봉의 기슭으로 난 길, 소청으로 넘어가는 길
지난 1월에는 이렇게 위험했는데...
모두 눈에 덮여 길도 아슬아슬하고 저 끝부분은 위에서 무너져 내린 눈으로 길이 끊겨 있었다.
급경사 사면에 얼어있는 눈을 발로 차서 길을 만들며 10여m 걸으려니 참으로 위험했다.
밤새 눈이 얼어 몇 번 차야 발자국이 생기는 상태였으니....
자칫 무게 중심이 흐트러져 밑으로 구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억지로 떨치면서.
오늘도 아내와 함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내설악을 바라보니,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였구나.
그래도 미안한지, 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그래 ! 조금이라도 좀 보여줘야지, 너무 쓸쓸하지 않은가 !
해가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네.
고맙다. 태양아
대청 중청을 연결하는 멋진 곡선을 뒤로 하고.. 소청으로 향한다
아내는 "말의 등"이라 표현한다
소청 갈림길
중청대피소 이정표가 사람 키보다 위에 있네 ?
한 번 다시 볼까 ?
ㅋㅋㅋ 무릎 높이인데 ?
거의 키 높이 만큼이나 눈이 쌓여 있었던 것.
용아장성을 내려다 보며 봉정암으로
공룡도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예전보다 사진 찍기는 못해졌지만 , 그래도 나무가 있는게 좋다
한 발 두 발 용아장성과 가까와지고
소청산장 짓는모습
전에 산장이 있던 곳에 아주 튼튼하게 다시 짓는다. 철골 골조가 다 완성되었으니 남은 공사는 빨라지겠다.
이쪽에, 전의 산장자리에 다시 제 2의 산장이 지어질 것이라고 난 생각했다. ( 안내판이나 보고 , 그런 생각을 할 것이지..ㅠㅠ )
그런데, 아내는 아니란다. 의견이 갈리자, 아내가 5만원 내기를 하자고 한다. '좋다. 집에가서 확인 해 보자 ! 돈 벌었네 ? 웬 오만원씩이나 ?' 했는데
집에까지 가서 확인할 필요가 없구나....
바로 근처에 안내판이 있었다.
아이고, 헬기장이 되는구나.
내깃돈이 5만원이라니 ㅋ 망했다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ㅠㅠ
이제 봉정암 지붕이 보이고
봉정암에 피어있던 아주 싱싱한 하늘매발톱
봉정암 도착이다.
봉정암에서 백담사로 내려가는 신도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준다고 방송이 나온다.
봉정암 세면장에서 간단히 양치질을 하고 얼굴을 닦는다.
자, 여기서 우리는 오세암 방향으로
봉정암의 건축물도 참 많이 늘었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잘 어우러진 모습이어서 좋다.
30년 전에는 봉정암이 아주 작은 절이었고 그 맞은편에 봉정암산장이 있어 등산객은 그곳에서 잤다.
사리탑 올라가는 길
저기 중청봉과 눈인사를 한다. 잘 있어 ~
눈 앞에 펼쳐진 용아장성 능선
벌써 다녀온지 2년이 되었네 ?
우리가 내려갈 가야동계곡이 깊어 보인다.
공룡능선은 오른쪽에 두고 내려가야겠지.
이 사리탑 뒤의 전망대는 참으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저 아래 만경대 아래 천왕문으로 해서 수렴동대피소로...
곰돌이가 반갑게 맞아주니
같이 포즈를 취한다
내년에는 체력을 길러 꼭 용아장성을 가겠다는 아내.
꼭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 증명사진을 찍어둔다.
가파른 길로 하산을 시작하니, 봉정암쪽의 바위가 금방 작아진다.
용아장성의 눈높이는 점점 올라가고..
맞은편 공룡능선도 높아진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가 생각나는 정감있는 길이 이어진다.
옆으로는 계곡도 시작되고
공룡능선이 아주 높아 보이는 지점에서..
오세암으로 가는 길과 갈라져
가야동계곡은 시작된다.
그런데, 길이 좀 또렷하지 않다.
그냥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아내의 마음에 긴장된 느낌이 내게 전달된다.
그래서 리본을 찾아, 여기 리본이 있네! 하며 큰소리로 말한다.
우리 둘만을 위한 계곡이 되었다.
바위 위를 흐르는 맑은 물
아침안개가 남아있는 계곡을 걷는 맛이란....
서로 마주보며 손 흔들고 사진을 찍어가며 계곡에 취한다
맑디 맑은 물, 시리도록 아름답다.
새벽4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왔으니 출출하다. 앉아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
계곡이 조금씩 좁아지며 조심스러운 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계곡 양 옆이 매끄러운 바위로 조심스러운 구간이 자주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시 계곡이 넓이지니 마음도 편하고 좋다.
가야동계곡에는 돌단풍이 정말 많았다.
바위에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돌단풍이 자라고 있다.
들꽃향기 본색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멋진 계곡을 우리 부부는 만끽한다
맑은 물과 바위틈에 자라는 초록의 돌단풍이 잘 어울린다.
녹색 보석을 녹여 놓은 물 같다
산목련, 함박꽃나무라고도 한다는 꽃. 아내는 꽃을 참 많이도 아는구나.
또 다시 길이 좁아지며 조심스러운 곳이 나타나고, 길이 명확하지가 않은데 그나마 간간이 나타나는 리본이 큰 도움이 된다.
도저히 계곡으로는 지나갈 수가 없어 흐릿한 발자국을 따라 계곡 옆의 숲으로 지난다
저 앞에 깊은 계곡이 나오니
우리는 다시 길인듯 아닌듯 한 길로 다시 들어서고
마침 벼랑옆에 길이 확실한 듯한 곳으로 들어서니..
저 앞에 만경대인듯한 봉우리가 보인다.
아, 천왕문에 거의 다 왔구나.
한편으로는 뿌듯하지만, 아내를 데리고 오는 마음의 한편은 휴~~~~~ 다.
만경대가 저 앞에 보인다.
천왕문 아래에 있는 沼 옆에서 천왕문을 올려다 본다.
거대한 천왕문
광각으로도 잘 안잡힌다.
천왕문은 만경대에서 내려다보아야 , 제 맛이 난다
나도 포즈를 취하며 ,
1984년에 이곳에 왔던 때를 생각한다
이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었다.
沼에 누가 저렇듯 멋진 작품을 남겼는가 ! 한참을 보아도 좋다. 좋아
천왕문을 뒤로 하고
피곤한 느낌을 물에 손을 적셔 달래본다.
아내가 힘들어 보인다.
햇빛을 받으며, 긴장이 계속되는 계곡 바위길을 걷는 것은 힘든 길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표시를 안내고 걷는 아내의 경륜은 무시할 수 없다.
가야동 계곡에서 올려다 보이는 저 위의 능선으로 1982년쯤인가 아내와 둘이서 만경대에서 사진을 찍고 저기로 내려왔다.
길도 없는 가파른 능선을 조심스레 내려온 기억이 난다.
젊음이란, 무모하기도 한 면이 있지만, 참으로 패기와 용기가 좋았던 것 같다
뒤를 돌아본 이 사진은 1984년과 똑같은 자리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은 비슷한 듯
가야동 계곡에서의 탁족
힘든 코스. (이미 아침 출발에서 6시간 30분이 지나있다)
한 발 한 발 긴장감이 감도는 코스.
아무 표시 안내고 밝은 얼굴로 함께한 아내가 자랑스럽다.
들꽃향기여, 들꽃 마음대로 찍으시라, 적극적으로 외조하겠음을 선언한다 !!!! ㅋ 너무 오버했나 ?
시원~~하다.
가야동계곡에서의 여유로운 탁족
다시 시작되는 아름다운 계곡
향기가 나는 듯한 파아란 계곡물
아까 본 봉오리가 꽃이 피었다. 함박꽃, 혹은 산목련.
그리고는 계곡길이 없어 다시 옆의 숲으로 들어선다.
마지막 넓어지는 곳을 지나니... 어? 출입금지 표지가 2중으로 되어 있다.
아이고, 걸리면 벌금이네... 조심 조심 발 뒤꿈치 들고, 화장실에서 나가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살짝 나간다.
.
수렴동 대피소에서 마음편하게 점심식사를 한다. 12시 30분... 출발 시각에서 7시간 30분이 지났다.
식사를 마치고 수렴동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수렴동계곡도 계곡으로 트래킹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랬다가는 1년도 안 돼 계곡이 제 모습을 잃겠지 ?
영시암으로 내려서는 이곳 !
참으로 운치있는 길이었었다.
이 사진은 액자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보아오던 사진이다.
아 ! 귀여버라. 80년생 아들. 그 때 5살이다.
영시암에서 시원한 물 한 잔 하고..
또다시 수렴동 숲길로
곰골과 만나는 곳을 지나고.
이 근처 수렴동 계곡에서는
야영도 하고 물장난도 하고 그랬었다.
== 이렇게 ====
==== 아 ! 아름답던 옛날이여 ~~ =========
길골 입구를 지나고
황장폭포도 지나고
백담사에 도착한다
아내 "한국 사람들은 참 돌 쌓는거 좋아해..."
계곡에 이렇게 크고 작은 돌탑들이 줄지어 있다.
만해 한용운님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숲으로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백담사에서 셔틀버스로, 용대리로 내려온 뒤, 거기서 6~700m 다시 걸어서 백담입구 터미널에 도착.
다행히 16시 동서울행 버스에 자리가 있다.
전화로 확인했을 때는 요즘은 자리가 남아돌아간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안심하고 왔는데
실제 와서 보니, 자칫하면 1시간 이상 기다라는 것이 당연할 듯 하다.
우리 앞의 사람은 3시 버스에 자리가 없어서 기다렸다고 한다
그렇게 서울로 오는 도중 경춘고속도로가 또 막히네~~ , 그나마 한시간 연착으로 서울 도착 7시. 다행이다.
지난 주 일요일을 생각하면~ 4시간 반 연착 ~~ 휴
그렇게 집근처에 온 우리는 단골횟집에서 축배를 들고 이번 산행을 자축한다
행복하구나 ! 가고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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