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산에 다니던 기본을 충실히 지키지 않은 것이 고생을 자초한 산행이 되었다.
산악회에서 안내를 한 산행이어도 , 난 항상 미리 지도를 준비하고, 코스를 살펴본 후에 계속 비교 하며 산행을 한다.
그러나 이번 산행에서는 대충 개요도만 준비하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2시간 동안 없는 길을 찾아 위험스런 산행을 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오래전에 지도만 보고 , 산행을 나서던 긴장된 마음을 즐긴 산행이 되었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오늘의 예정된 코스는 강원도 정선의 싸리재 - 은대봉 - 중함백(1505) - 함백산 (1572) - 만항재 - 창옥봉(1238) - 수리봉 (1214) - 화방재 ( 영월군 인듯 ) 이다.
아침, 7시 잠실역으로 가기 위해 4시40분부터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컨디션이 잘 유지된다.
아내가 마련해 준 든든한 식사를 하고 출발.
아침 7시에 잠실에서 차는 정확히 출발 했으나, 이후부터 조금씩 늦는 사람들, 차막힘으로 서울 빠져 나가는데, 시간이 지체된다.
오늘 추운 날씨를 고려해서 아주 가장 두터운 바지를 입었다.
몇년 전에 입은 후, 덥고 땀이 찬 느낌으로 불쾌해서 절대 입지 않던 바지이다.
오늘은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궁금하다.
원주 근처의 치악 휴게소에 들렀다 가는데, 꼭 시간을 오래 잡는다.
"산행시작 시간은 늦어지는데, 뭘 그리 오래 휴식을 하나 ? 집에서 식사들 좀 하고 오지 ! 나처럼." 하고 짜증이 나려는데
순간 마음이 바뀐다. 산을 좋아 하며, 산을 가는 사람이 이정도로 속이 좁으면 되나, 마음의 여유를 갖자 !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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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차가 정선땅에 들어서며, 갑자기 코스가 변했다.
싸리재 방향을 차가 통제되었다는것 !
그래서 정암사로 가서 올라가야 한단다. 오늘 산행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섭섭해서, 일단 능선에 올라가면, 은대봉까지는 되돌아 갔다가 와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
정암사입구 도착. 11시 산행 출발.
정암사를 지나니 길이 잘 되어 있다.
그 이후에는 길은 자연스레 이 수마노탑까지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아래로 정암사를 내려다 보고는 산을 오르려는데, 아니 !!!!! 길이 없다 !!!!!!!!!!!!!!!
주위는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너무나 당연히 정암사에서 오르는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주위 사람들과 의논하여 철망을 넘어 사람의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오른다.
가면서 짐승 발자국 외엔 길은 흔적이 없어져 , 과연 가도 되나 걱정을 하며 앞사람 ( 내가 앞에서 두번째 ) 이 가니 그냥 간다.
산악회 대장은 후미에 서서 이 상황을 모른다.
그렇게 염려스런 마음 반, 올라가면 결국 길을 만날것이라는 마음 반으로 가는데
이런 돌탑이 나오니 안심이 된다.
확실히 사람이 다닌곳인데, 좀 위험하니 막아 두었겠지..... 하고
우리가 가니 사람들도 따라오는데, 점점 코스가 험해 진다.
그리고.................... 길은 완전히 없어졌다.
이렇듯 다닌 흔적없는 능선에, 계속 바위능선도 나타난다.
그리고 간간이 낭떠러지 형태의 길이 나타나 , 저 위를 계속 갈 수나 있는지, 알 수 없다.
올라가 보아야 안다.
눈 쌓인 능선을 길을 만들며 가야한다.
위험한 곳에서는 카메라를 꺼낼 수 없어 사진 촬영을 못하였다.
그리고 뒤에 오던 일행 대부분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 아래쪽으로 되돌아 갔다.
남은건 남자 7명. 그나마 서로간의 거리도 멀다.
그래도 좀 위안이 되는것은 저 앞의 정상같아 보이는 봉우리(중함백이다)와 능선과의 눈 높이가 비슷해지며 보인다는 점이다.
은대봉쪽 능선도 비슷한 높이로 보인다.
한 1시간 30분쯤 오르고 나서야 좀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곳이 나타난다.
아! 결국 적조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났다. 길을 만들어 올라오다보니 2시간이나 걸렸다.
차를 적조암에 세워서 산행을 출발시켜야 했는데, 정암사에서 산행 들머리를 잡아 주었으니, 참 큰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재미있었다. 긴장도 되었고.
고속도로가 나타났다.
드디어 근처에 샘터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
너무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은대령으로 되돌아 갔다가 오는 것은 할 수 없게 되었다.
안내도에도 있듯이 정암사에서는 오르는 길이 없다.
중함백 봉을 거의 다 오르며 뒤를 돌아 경치를 본다.
오르는 길 옆에 주목들이 위병처럼 서서 반겨준다.
중함백봉에 올라 동북쪽을 바라보니 추전 매봉산(1303)에 산자락에 있는 풍력발전소가 보인다.
그리고 오늘의 정상, 함백산이 보인다.
길옆에 높은 주목나무가 아주 멋있다.
이햇빛이 쨍하게 능선너머에서 우릴 기다린다.
오늘 날씨가 좋아, 가끔 바람이 세긴 하지만 견딜만 하다.
아직 두터운 바지의 선택은 잘 된듯하다. ( 추위를 모르겠고, 축축한 느낌은 없다 )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주목
지나온 능선이 죽 펼쳐지고, 봉우리마다 구름 한덩어리씩 친구가 되어 있는듯 하다.
만항재에서 거꾸로 올라온 팀들과 마주친다.
아무런 흔적도 없는 눈벌판.
들어가서 걷고 싶지만, 다음 사람들이 보도록 그냥 지나친다.
드디어 정상도착 오후 2시 30분, 만항재, 화방재까지 가려는데, 시간이 아슬 아슬 할것 같다. ( 오후 5시 도착 목표 )
맞은편에서 태백산이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한다.
포항 살 때 1991~3년 경에 가보고는 안갔다.
겨울산의 묘미는 이렇듯 장쾌한 능선과 조망이 보이는데 있다.
내려가는 방향의 경관
그리고는 가파른 길을 내려와서 만항재 근처 도착하였다.
이 이정표에는 정암사 수마노탑에서 우리가 올라온길이 하얀 바위능선으로 제대로 표현되어 있다.
만항재에 도착하니 솟대가 우릴 반겨준다.
바로 화방재를 위해 출발한다.
ㅋㅋㅋ 그리고는 즉시, 길을 엉뚱한 곳으로 들어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곳을 10여분간 헤맸다.
정말 없어도 될 곳엔 이정표가 많은데,
꼭 있어야 할 곳엔 없다.
사실 함백산 가서 길을 잃어 헤맸다고 하면 ,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웃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길을 잃다니...
길 옆에 쌓인 눈
청옥봉에 도착하여 함백산 정상을 이별하고, 다음 봉우리를 향해 출발
이곳은 안내판 없어도 절대 길 잃을 염려가 없는 곳이다.
그렇지만 있으니 한눈에 파악이 되어 좋다.
바람의 영향으로 오른쪽은 계속 눈이 높아지겠지.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수리봉.
하산길에 능선의 멋진 나무와. 저쪽 방향의 장산(1409) 내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가파른 길을 내려오니 오후 4시 40분.
화방재에는 식당 한곳이 문을 열어, 청국장으로 배를 채웠다.
전화위복 ! 오늘 산행의 백미는 수마노탑에서 - 정상등산로를 만나기까지 2시간의 산행이었다.
그리고 함백산능선에서의 조망도 좋았다.
그리고, 바지의 선택은 90점이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좀 쾌적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다음엔 차안에서 갈아입을 바지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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